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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토토 이용후기 덧글 0 | 조회 38 | 2023-06-19 18:45:44
리얼  
영원한 겨울. 본래는 북쪽 안타리 분지와 같이 넓은 평원에 저온건조한 곳으로 이다지 추운 지리도 아니었다. 롤토토 그것은 인류 가장 찬란하다는 신화시대에서도 머나먼 과거로 기록된 지형. 아포피스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추위와 눈보라에 휩싸이게 된 이곳은 과거의 지명을 잃어버리고. 말 그대로 영원한 겨울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펄럭. 온통 새하얗고 푸른 설원인 이곳에 정반대의 색과 기운을 지닌 무언가가 날아가고 있었다. [분명 이쯤일 텐데…….] 용제의 정수를 흡수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흡수한 아필리니아와 아포펠의 정수는 특정 기억을 담고 있었다. 공포, 분노, 치욕 등 진저리나는 감정의 편린이 실린 장소. 롤토토 온통 높게 솟은 산의 형태였다. 아주 오래전 평지가 대다수였던 지형을 떠올려봤을 때. 영원한 겨울에서 산 모양의 형태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키루룩! 키렉! 하얀 설원 위에 푸른 비늘의 파충류들이 황급히 몸을 숨긴다. 2용제 휘하 종족임을 떠올린 시우는 드래곤 하트를 달구다 그대로 멈추었다. [키렉! 높은 존재. 도망!] [엄마. 어디!] 다른 종족들과 비교하자면 분명 위협적인 형태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나 감정은 분명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것이었다. 아포피스가 죽은 시점에서 어린 저들까지 굳이 처리할 필요는 없을 터. 다시 날개를 펄럭인 시우는 저 멀리 우뚝 솟은 지형을 보곤 앞으로 나아갔다. 산처럼 보이는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그나마 이 설원에서 움직이던 용족이나 몬스터들마저 뜸해진다. 동시에 기묘한 기분에 휩싸인 시우는 날개에 좀 더 마력과 용력을 불어넣으며 전진했다. [음?] 어느샌가 펑펑 내리던 눈조차 내리지 않았다. 마치 인류의 경계선을 보는 것처럼. 새하얀 설원과 달리 눈 하나, 물기 한 방울 없이 훤히 드러난 검은 대지가 보였다. 세상과 차단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지. 그곳으로 내려간 시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뚝 솟은 산을 보았다. [이, 이건!] 그리곤 길게 찢어진 동공이 슬쩍 떨렸다. 영원한 겨울과 단절되어 조금의 눈도 쌓이지 않은 채, 훤히 드러난 산. 그러나 그것은 산이 아니었다. [시…… 체?] 이곳 특유의 추위 때문인지 썩은 내는 조금도 나지 않았지만, 용체화의 뛰어난 시야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앙상하게 드러난 뼈부터 망가진 장병기나 걸레가 된 천 쪼가리. [세상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체가 있어야 이런 규모의 산을 만들 수 있을까. 새삼 죽어간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거부감, 동시에 제대로 찾아왔다는 환희가 느껴졌다. 부서진 가을의 드라고나가 그렇듯이. 이토록 인류로 추정되는 존재들의 시체가 많다는 건 이곳이 상당한 격전이 이루어진 곳임을 반증하니까. 기감을 끌어올리자 거대한 시체 산 앞으로 묘한 이질감이 걸려들었다. ‘결계? 아니, 환상 마법인가?’ 어느 쪽이든 보는 이의 시선을 가리는 형태임은 분명했다. 가까이 다가가 이질감으로 이루어진 벽을 짚자 고요한 연못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파동이 일었다. 지잉. 그리고 어떻게 해제할까 고민하던 시우가 무색해질 만큼. 시체 산을 이루던 시체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검은 대지에 평평한 평지만이 남았다. 주위를 한 번 돌아본 시우가 한 걸음 내딛자. 슈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농도의 오러가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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