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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덧글 0 | 조회 30 | 2023-09-03 22:31:25
춘리  
라미아가 누가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대상과 매개물 그리고 의지. 마법과 이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요건이야. 권능만이 이 법칙에서 벗어날 뿐.” 어려워하는 누가엘에게 라미아는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권능은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 우리는 그저 매개물과 의지를 준비할 뿐이야. 우리는 죽음 그 너머를 알 수 없지. 하지만, 싹이 자라나고 열매가 맺히고 맺힌 열매를 동물이 먹지. 그리고 동물은 죽어 싹이 자라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이 순환에서 우리는 죽음 너머를 엿볼 수 있어.” 라미아가 누가엘에게 떡갈나무 낙엽 가루 주머니를 넘겨주었다. 그리곤 뱀 괴물의 일부로 이용당한 엘프들의 무덤으로 이끌었다. 낙엽 가루를 무덤에 뿌리라고 권하는 라미아. 하지만, 누가엘은 망설였다. 낙엽 가루는 살아있는 엘프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낙엽 가루는 우리의 물건이었다. 위태로워 보이는 엘프들에게는 이미 뿌렸고. 엘프들이야, 과거를 닫는 제례보다 미래를 대비한 상비약으로 가지고 싶겠지만, 우리 물건이기에 용도를 정하는 것은 우리였다. 누가엘을 키우는 데 쓴다고 해도 간섭할 수 없다. “키메라로 이용당해 죽은 엘프들을 다시 순환으로 이끌어라.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썩을 수 있도록 도와줘. 자라나는 새싹의 영양이 될 수 있도록.” “네, 라미아 님.” 라미아의 설득에 누가엘이 의지를 굳혔다. 왼손으로는 낙엽 가루를 담은 주머니를 꽉 쥐고, 오른손으로 조금씩 떡갈나무 낙엽 가루를 뿌렸다. 무덤을 이루던 메마른 흙이 떡갈나무 낙엽 가루에 온전해지기 시작했다. 이용당해 변해버린 엘프들의 시체를 부드럽게 보듬었다. 누가엘이 눈물을 흘렸다. 온전한 죽음을 이루지 못한 엘프들을 위해 기도했다. 낙엽 가루는 땅에 떨어지기 전에 누가엘의 손에 머물렀다. 머무른 누가엘에게 이력을 이끌었다. ‘프라로가 좋아하겠군.’ 다람쥐 아인족 프라로의 기반은 주술이었다. 하지만, 주술보다 주술을 익히기 위해 전승받은 지식을 활용하는 일이 더 많았다. 연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내가 여러 곳에서 많은 전리품을 가져오다 보니, 주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지식이 주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보다 더 높게 쌓였다. 주술사가 아니라 학자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거기에 프라로를 믿고 따르는 수많은 다람쥐가 있기에, 다람쥐에 관련된 행정적인 업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죽은 다람쥐보다 산 다람쥐를 위하는 프라로가 되었다. ‘주술에 관해 대화할 사람이 생겼으니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내린다고 해도 프라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식이 정립되어야 하기에, 지식을 정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 자체가 프라로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 누가엘과 성인 엘프 넷에 어린 엘프 열. 엘프들의 일부가 우리를 따라오기로 했다. 누가엘은 라미아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스스로 따르기로 결심한 듯하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포기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따랐다. “식량이 없으니까요.” 누가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너에게 음식을 주는 것을 다른 엘프들도 보았지.” “네, 제게 주신 음식을 굶주린 눈으로 바라보았지요.” 누가엘은 우리가 그녀의 몫으로 준 음식을 나누어주려고 했지만, 우리가 허락하지 않았다. 엘프는 채집 생활을 했다. 채집 생활은 개인당 넓은 채집 면적이 필요했고, 넓은 채집 면적은 타종족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양인족처럼 식물 뿌리까지 뽑아먹는 아인족과는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닌데도, 추방을 거부하면 즉시 전투를 개시할 정도였다. ‘거기에 이곳의 식물은 허약해.’ 공기 중에 흐르는, 죽은 것과 산 것 사이의 냄새. 식물의 성장을 방해했다. 같은 면적에서 채집되는 식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뱀 괴물에게 쫓기고 싸우면서 채집활동이 멈췄다. 처음에는 식물로 지어진 집을 뜯어먹으면서 버틴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엘프의 마을인데도 흙으로 보강한 허름한 집은 집조차 다 뜯어먹었음을 의미했다. 엘프들은 우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엘프들의 생존을 위해 우리를 따랐다. 먹는 입을 줄였다. *** 마력이 깃든 농작물을 엘프들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했다. 라미아가 따라오는 엘프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군요.” “그래. 어린 엘프일수록 빨라.” 나는 라미아의 말에 긍정했다. 우리의 말을 들은 엘프들이 라미아에게 잡아먹히는 비극을 상상하며 흑흑거렸지만, 굳이 오해를 풀지 않았다. 따르지 않는 이라면, 보호할 책임도 없었다. 아군의 생존과 이득이 걸리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동정심과 누가엘에 대한 투자로써 음식을 나누어줄 뿐이다. “대기.” 내가 목소리를 조금 높여 외치며 모두가 동작을 멈췄다. “미뮤, 뱀 괴물에…. 딴 것 하나인가요?” “그래. 전투 준비.” 나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라미아는 원하는 대로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엘프들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다. 누가엘은 지켜야 할 테지만, 엘프들은 우리가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쳐도 상관없었다. “네르, 엘르, 개미 여왕. 가자.” “뮴.” 라리샤가 자신을 빼놓자, 삐진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달려와 내 어깨에 앉았다. “내가 있는 곳이 라리샤가 있을 곳이지.” 웃으면서 변명하자, 듣고 있던 엘르가 닭살이 일어난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라미아를 제외한 이들과 함께 전진했다. 주위를 둘러본 라미아는 두 손으로 누가엘을 잡았다. 자신의 뱀 몸통 위에 올렸다. 누가엘을 뱀 몸통을 덮고 있던 안장의 끈으로 묶었다. “이거 옷이 아니었군요.” “응, 안장이야. 양인족이 만들어 내게 바쳤지.” 라미아의 뱀 몸통 위로 올리는 안장도 발전을 거듭했다. 의복을 다루는 양인족이 몬스터 가죽까지 구해가면서 개량했다. 라미아는 마왕국의 강력한 권력자였다. 그런 라미아가 쓰는 안장은 안장을 짊어지는 이에게 편해야 했다. 안장 위에 타는 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여왕의 권위를 가진 아리아드를 제외하더라도, 라미아가 귀중하게 여기는 이임이 분명하니 탄 자에게도 편해야 했다. 안장의 일반적인 특징인 타는 이를 높이고 아래를 낮추는 느낌도 없애야 했다. 거기에 라미아는 전투까지 즐겨 하기에 이동뿐만 아니라, 전투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 조건을 만족하며 나온 안장은 작품이 되었다. 의복에 조예가 없는 누가엘이라면 안장이 아니라 옷이라고 착각할 만했다. 안장에 달린 끈으로 몸을 묶은 누가엘 뒤로 엘프들이 따랐다. 엘프들이 생각하기에도, 누가엘이 우리의 인정을 받는 한 음식을 나누어줄 테니까. *** 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엘프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나의 방침에 말없이 동의하고 따르는 네르와 엘르. 그렇다고 해도 평상시와는 다른 진형을 보였다. 개미 여왕을 중앙에 두고 네르와 엘르가 양쪽 옆으로 자리 잡는 진형. 엘프 마을을 포위한 뱀 괴물을 포위할 때도 써먹은 진형을 다시 한번 이루었다. ‘엘프들에게 뱀 괴물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이미 성장할 만큼 성장한 네르와 엘르지만, 조건이 걸린 진형 실습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귀중한 이가 아니기에 다급함에 시야가 좁아질 가능성도 적었다. ‘개미 여왕은 여전히 진형 훈련이 필요하고.’ 개미 여왕은 자신보다 약한 아군을 소모품으로 다루는 데에 익숙했다. 나와 함께 다니면서 훨씬 강한 자와 함께 싸우는 법 역시 깨달았다. 개미 여왕보다 강하지만, 나보다 약한 네르, 엘르와 함께하는 전투. 포위 진형 유지라는 조건이 걸린 전투는 개미 여왕의 시야를 더욱 넓게 확장할 것이다. “저거 싫다.” 개미 여왕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눈알 괴물인가.”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도 눈알을 싫어한다. 주시당하는 감각은 포식자에게 노려지는 감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키 두 배에 달하는 크기의 큰 눈에 수십 개의 작은 눈이 종기처럼 달렸다. 그리고 스무 개가 넘는 엘프 다리가 아래쪽에 매달렸다. 공포물에서나 볼 듯한 비효율적인 육체 구성. “뮤, 저거 정말 싫군요.” 나는 라리샤의 말에 동의했다. 손짓으로 사격을 지시했다. “뮴.” 라리샤가 아이를 낳았음에도 상쾌한 미소를 그리며 나의 어깨에서 내렸다. 그리고 팔을 쭉 뻗어 볼트액션 소총을 겨누었다. 탕 탕 탕. 세 발의 사격이 이어졌다. 첫발이 눈알 괴물의 큰 눈알 표면에 작은 상처를 만들었다. 작은 상처는 괴물의 강도가 약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큰 눈에 붙은 작은 눈이 움직였다. 모습부터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작은 눈의 이동은 더했다. 억지로 움직인 것 같았다. 작은 눈에 두 번째 총알이 박혔다. 이어 세 번째 총알까지 박히고 붉어지는 작은 눈. 큰 눈에 달린 엘프의 다리가 움직였다. 다리가 기이하게 움직여 큰 눈에 붙은 붉어진 작은 눈을 떼어내 던졌다. “조심. 저거 폭발물이다.” 나의 경고에 라리샤와 네르, 엘르는 물론 라미아를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핸드 캐논을 얻기 이전, 투석기에 화염이 압축된 도기를 날리던 순간부터 대응을 생각했다. 작은 눈알이 터져 독이 퍼진다고 해도 대응할 수 있다. 거리를 좁히며 대검을 뒤로 당겼다. 멸절자의 대검에 드래곤의 뼈가 엉겨져 만들어진 덩굴검에 마력을 담았다. “간다.” 강적을 상대할 때 대검을 마력을 담고 압축하는 것과는 다른 반대의 방식. 대검을 통해 마력을 전개했다. 분사되는 마력은 대검을 둘러싸는 마력의 연무를 만들었다. “파.”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거리를 격하고 이루어진 휘두르기. 마력의 연무가 마치 슬링으로 날리는 돌멩이처럼 날아갔다. 눈알 괴물이 날린 작은 눈알과 충돌했다. 작은 눈알이 터지고 내용물이 흩날렸다. 독성을 띤 끈적한 것이 순식간에 퍼졌다. 다만, 그 방향은 우리가 아니라 적을 향해서였다. 작은 눈알이 터지는 순간 내가 날린 마력의 연무 역시 터졌다. 독액을 막아내는 막이 되었다. 탕 탕 탕. 나를 뒤따르는 라리샤의 사격이 이어졌다. 조금 전과 똑같이 작은 눈알로 막아내는 눈알 괴물. 하지만, 터지는 독액은 더 이상 유효한 공격이 될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라리샤도 전신으로 마력을 뿜어내어 접근하는 독을 차단할 수 있다. “기괴할지라도, 파악되고 나면 통하지 않을 수법이다.” 강자의 창 투척과 같은 알아도 못 피하고 못 막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나, 보스?” 또다시 날리는 작은 눈알을 스타베팅 연무를 품은 휘두르기로 무마했다. 그리고 저 눈알 너머의 이곳을 지켜보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키메라를 만들고 키메라를 부리는 존재. 신성한 존재인지, 그 이하인지 그 이상인지 알 수 없기에 보스라고 칭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유적 지하 3층의 중요한 타깃인 것은 확실하기에. 뱀 괴물이 엘프들의 납치와 전투 등을 담당한다면, 저 눈알 괴물은 관찰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키메라는 조합일 뿐 창조가 아니니까. 우리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눈을 만들어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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